베트남 생활기(2020-2022)

베트남 평화 기행 with 한베평화재단

떡님의 국어수업방 2022. 1. 3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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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7-19일 2박 3일동안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 베사문(베트남 사회와 문화 연구회) 선생님들과 베트남 평화기행을 함께 했다.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현장을 둘러보고, 평화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답사이다.
원래 7월말에 예정되어 있었지만 다낭에서 발생한 코로나로 한 차례 연기했고, 이번에도 태풍과 홍수로 아슬아슬하게 기행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한베평화재단 권현우 활동가의 안내로 하미 마을에 위치한 하미 위령비 참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평화 기행에 나섰다.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듣고, 이름도 없는 갓난아기를 포함한 135명의 희생자 명단을 볼 때는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위령비 조성 과정 이야기를 들은 후, 연꽃 그림으로 덮혀버린 비문 뒷면이 언제 다시 빛을 볼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어 기행 전에 봤던 다큐영화 <기억의 전쟁>에 출연하셨던 응우옌럽 유가족을 만났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덤덤히 풀어놓으신 후 베트남 민요를 불러주시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중식 후 퐁니마을 위령비를 방문했다. 우리 옛시골길을 떠올리게 하는 길을 조금 걸어 도착한 곳은 비 온 후 잡초가 무성했다. 이곳에도 74명의 희생자 명단이 비석에 새겨져 있는데, 그 중 절반이 어린 아이들이었다. 우연히 길을 지나가시던 어르신이 '웬 사람들이 모여있나.' 하고 오셨는데 이어 방문할 탄 할머니의 삼촌되는 분이셨다. 남베트남 군인이었던 그 분은 자기 손으로 누이와 조카들의 시체를 수습하고, 고아가 된 남매를 돌보셨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오셨을까?
장소를 옮겨 학살 당시 8살이었고 본인도 배에 총상을 당했으며, 엄마를 비롯한 이모, 언니, 동생을 한 번에 희생당한 탄 할머니 댁을 방문했다. 코로나로 한국 방문객이 끊어진 상황에서 어렵게 국가배상소송을 진행하고 계신 탄 할머니는 우리에게 차를 나눠주시며 어렵게 학살의 기억을 이야기해 주셨다. 차마 듣고 있기 힘든 이야기들... 학살의 기억뿐 아니라, 고아로 평생을 힘들게 살 수 밖에 없었던 한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숙소로 돌아와 원탁에 모여,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현장을 둘러보는 이번 일정을 '평화 기행'이라 부르는 이유에 대해 함께 이야기나눴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하며 오랜 고민과 활동에서 나온 통찰을 들려준 권현우 선생님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각자의 생각과 시각에서 평화의 의미를 깨우쳐 준 우리 베사문 선생님들이 있어 참 든든했다. 이 기행이 가능하도록 한 일등공신인 김선옥 교감 선생님도 참으로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이 일정을 큰아들 동현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 이후 동현이와 이번 기행에서 보고 느낀 것들, 그리고 평화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평화... 많이 쓰이는 말이지만 정의 내리기 어렵고, 손에 잡힐 듯 잡기 어려운 어떤 것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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