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론 및 기타 자료

서술형 100% 지필고사

떡님의 국어수업방 2022. 1. 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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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여름에 작성한 글입니다. 지금 근무하는 KIS에서는 학교 특성 상 한 과목을 2~3명이 나눠 가르치는데다, 온라인 수업으로 평가 방식에 고민이 많습니다. 수행평가 100% 평가에 대한 내용은 다른 글에서 정리하겠습니다.>

 

2013년 이후로 지필고사를 선다형(객관식) 문제가 아닌 서술형 문제로만 학기당 1회 출제하고 있습니다.

 

서술형을 출제한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논술형 문제를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고, 대체로 문법 같은 경우는 단답형, 문학의 경우는 완성형이나 간단한 서술형 문제들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큰 문제는 8문항 정도이지만, 한 문항에 속한 세부 문제들까지 하면 20문항 정도를 출제합니다. 답안지는 따로 만들어 B4지 크기로 등사하여 작성하게 합니다. 출제 범위는 수행평가에서 이미 충분히 다루고 평가가 이뤄졌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지필로 물어야 할 부분만으로 한정합니다. 수행평가 때 충분히 오랫동안 다룬 내용을 또다시 지필고사로 물어볼 이유가 없고, 한 학기에 한 번만 시험을 보기 때문에 시험범위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원안지 몇 개를 첨부합니다.

 

2015_2-1차 원안지.pdf
0.62MB
2016 1학기 2차 지필평가(2학년 국어).pdf
0.51MB
2018 3국어 서술형 문항 답안지-학생용.pdf
0.06MB
2018학년도 1학기 출제원안지(3국어).pdf
0.50MB

 

이렇게 출제를 하면 학급 평균이 60~70점 이상이 나옵니다.

 

 

100% 서술형 시험에는 장점이 많은데 다음과 같습니다.

 

1, 출제 오류가 나지 않는다. : 객관식의 경우 답이 없거나 2개 이상인 경우가 가장 큰 문제인데, 서술형에서는 애초에 오류가 날 일이 없다. 처음 예상을 벗어난 답변이 나오더라도 동료교사들과 상의하고 판단해서 정답으로 인정할 지, 부분 점수를 줄 지를 결정하면 된다. 그 후, 채점기준표를 수정하면 그만이다. 정답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중학교 평가의 올바른 방향이므로, '내가 가르친대로 써야만 답'이라는 생각을 버릴 필요가 있다.

 

2. 절대평가의 취지와 부합한다. : 중학교 내신성적 산출이 절대평가로 바뀐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절대평가란 기본적으로 완전학습을 목표로 하는데, 학생들을 9등급으로 서열화하는 수능 방식의 상대평가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내가 학기 초에 제시한 교과 목표가 달성되었는가의 여부를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지, 학생들을 서열화하고 등급화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3.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를 달성할 수 있다. : 실제 중학교에서 일어나는 평가 장면을 보면, 수업시간에 가르치거나 충분히 연습하지 않은 내용을 출제하는 경우가 많다. 교수평 일체화는 교육과정 문해력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핵심 성취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이 달성되었는지를 판가름하기 위한 평가 계획을 세운 후, 그 평가에서 다룰 내용을 중심으로 활동-협동-표현하는 방식의 수업을 준비할 때 가능하다. 수행평가가 아닌 지필평가에서는 꼭 알아두거나 암기해야 하는 개념이나 이론, 수행이 아닌 지필고사에 더 적합한 내용을 주로 묻는다.

 

4. 출제가 쉽다. : 시험 출제가 매우 쉽다. 수업시간에 주로 다룬 활동지의 내용을 그대로 문제로 출제하며, 활동지 문제 중에서도 성취기준과 관련하여 의미있고 중요한 질문들을 주로 묻는다. 다만 평소 활동지를 만들 때는 성취기준에 부합하는지, 정말 물어야 할 것을 묻는지, 학생들의 활동-협동-표현이 담기는지, 아이들의 삶과 실천에 연관되는지를 고민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5. 사교육의 개입 여지를 줄인다. : 학원에서는 지필고사를 대비한다면서 인근 학교 기출문제를 유통하거나, 교과서 단원이나 지문에 해당하는 각종 문제들을 모두 짜깁기하여 학생들에게 객관식 몇 백 문제들을 풀게 한다. 그러나 서술형 100%에서는 사교육이 개입할 여지를 줄인다. 이전년도 기출문제를 본다고 해도 어차피 핵심 성취기준과 관련해 꼭 알아야 할 내용이고, 본인이 스스로 익히거나 암기하지 못하면 풀 수가 없다. 게다가 찍기 등의 운에 맡길 수도 없다. 아이들에게도 애초에 국어 과목은 수업시간에 잘 듣고 선생님 활동지만 잘 보면 풀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게 된다.

 

6. 학생들에게 국어 과목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 : 그냥 문제만 보면 어려워 보일 수 있으나, 출제된 모든 문제들은 활동지를 통해 다 공부하거나 충분히 연습한 내용들이다. 시험 시간에도 일찌감치 찍기를 하고 자는 아이들 없이 끝까지 열심히 푸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뭐라도 쓰면 부분 점수라도 받을 수 있으니 열심히 한다. 고등학교 진학 후 객관식 문제를 풀텐데 미리 연습을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이미 아이들은 객관식 문제에 익숙한 편이고 졸업하고 찾아오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등학교의 객관식 문제에 금방 적응하고 대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이 방식의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1. 이 방식을 불안해 하는 관리자나 학부모들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 : 처음 서술형 100%, 지필고사 1회를 하려고 했을 때 교장 선생님부터 설득해야 했다. 교육적으로 의미 있고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잘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2. 동료교사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 같은 학년을 가르치는 동료교사가 거부하면 이 방법을 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본인이 조금 더 출제하고 채점할 때도 항상 상의하고 협조하여 진행해야 한다.

 

3. 채점에 노고가 필요하다. : 아무래도 채점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고민도 좀더 해야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방식을 몇 번 하다보면 곧 익숙해지게 된다. 특히 동료교사와 채점을 할 때는 각자 가르치는 반을 채점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배분하여 1~4는 내가 모든 반을 채점하고, 5~8번은 다른 선생님이 모두 채점하는 방식이 좋다. 그래야 같은 기준으로 모든 문제들을 채점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가능한 답안지에 왜 틀렸는지, 어디가 감점요인인지를 적어주면 평가 자체가 학생들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의미있는 피드백이 될 수 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의미 있고 해볼 만한 지필평가 방식이 서술형 100%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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