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독후감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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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임에서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고 이야기 나누자는 제안을 받았다. 능력주의와 학력 등은 평소에도 관심 있는 분야였는데, 조금 읽다 보니 책 내용을 정리 요약하며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물은 위에 첨부했다.

 

총 일곱 개의 Chapter로 되어 있고, 책의 흐름은 '포퓰리즘의 준동 - 능력주의의 역사 - 자기 책임 담론과 능력주의의 폭정 - 학력주의 - 능력주의는 정의로운가 - 대안으로서의 학력과 일'에 대한 순서로 진행된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

- '어떻게 트럼프 같은 사람이 미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으며, 영국 사람들은 왜 브랙시트에 찬성했을까?'와 같이 외부인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정치적 결정의 이유

- '아메리칸 드림'으로 대표되는 능력주의가 미국에 유독 깊이 뿌리내린 역사적 이유, 그러나 미국의 사회적 이동성이 유럽 국가들이나 심지어 중국보다도 낮다는 사실

- 오늘날 좌파 정당이 더 이상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피케티) : 좌파 정당이 노동자 정장에서 지식계급, 전문직업인 정당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에

- 능력주의를 정의의 영역에서 볼 때 어떤 근거로 부정의로 판단할 수 있는가

 

감상과 느낀 점

- 우리나라에서는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무상 급식처럼 복지 혜택을 늘리는 정책에 주로 활용하지만, 이 책에서는 적대적 민족주의나 인종주의 등 더 넓은 의미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용어를 명확하게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느꼈음

- 해방 이후 미국을 모델로 많은 제도와 교육이 자리를 잡은 까닭에, 지금 미국에서 나타나는 여러 병폐들이 우리나라에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신자유주의 정책이나 능력주의에서 비롯된 지나친 경쟁, 학력지상주의, 극우의 준동 등

-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거나 들었던 '하면 된다'는 말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가와 그로 인한 젊은이들의 열패감, 자포자기의 모습들

- 대학 서열화와 학력이라는 간판, 부유한 가정 자녀들이 더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일자리를 차지한다는 사실 등 이미 익숙한 사회 문제들을 수치로 다시 한 번 확인함

- 능력주의에서 '능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부분과 오늘날 각광받는 능력들(학업 능력, 운동 능력 등)은 '운'으로 타고난다는 시각, 따라서 겸손해야 하고 분배해야 한다는 시각이 참신하다는 생각

 

온라인 서점 서명을 훑어보니 문제점 지적은 좋으나 대안 제시가 없어 아쉽다는 글들이 꽤 있었다. 나는 작가인 마이클 샌델이 꽤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1. '일'과 '교육'의 영역을 통해 <성공에 대한 시각 바꾸기 / 능력주의적 오만에 의문 제기 / 부와 명망의 불평등에 이의 제기>를 하자.

2. '교육'에서 대학 입시제도 개선안으로 '유능력자 제비뽑기'를 하자. 예를 들어 지원자 4만 명 중, 2,000명만 선발해야 한다면 일정한 기준으로 미자격자를 솎은 후 제비뽑기로 합격생을 선발하자. 이를 통해 고등학교 생활을 정상화하고 합격생들이 능력주의적 오만에 빠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3. '노동'에서 일의 존엄성에 대해 논쟁하고, 세금을 '일'에서 '소비'와 '투기'로 옮기자. 급여세는 인하하거나 없애고, 소비세, 부유세, 금융거래세 등을 늘려 모자란 세수를 채우자.

 

사람들의 '대안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아마 2, 3에서 제시한 내용의 실현가능성이 너무 낮기 때문에 대안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멀리 갈 것 없이 대입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지금 모습을 보면 제비뽑기는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2028 대입개편안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도 상대평가로 고통받고, 고1 성적에 실망해 학교를 떠나고, 그로 인해 사교육 시장이 더 커질 것 같다. 대학 서열화 폐지, 경쟁교육 완화, 진학이 아닌 세계시민으로서 성장하는 고등학교 교육 등이 필요하다.